100 Typer Project

BUSINESS 2021년 3월 29일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법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와 비전을 먹고 살아갑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유무형의 자산을 축적한 대기업들에 비하면 기술력도 자본도 부족하지만 견고해 보이는 벽에도 반드시 작은 틈은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제품입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렇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불만을 파고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고객에게 밀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모두 아시다시피, 이것만으로 만사가 해결된다면 세상에 망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합니다. 갈 길은 먼데 가진 것은 없는 상황에서 모든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 옵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할 때 저희는 Typed의 비전에 열광하고 Typed를 지지해줄 사람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빠르든 늦든 결국 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앞으로도 제품 개발에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저희의 전략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First 100 Typer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First 100 Typer

처음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이 나왔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직 제품이 완성된 것도 아닌데 벌써 우리를 지지해줄 사람들이 있을까?'

저희는 자체 제작한 프로모션 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원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Typed에 대한 Life time access를 주는 대신 2년 치 서비스 구독료를 선지불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참여 인원을 대상으로 한 온보딩과 피드백 세션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솔직히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Beta Test용 Waitlist만 해도 이미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대기열에 올라있는 상태였지만, 그들이 모두 우리 제품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더욱이 이번에는 해외 유저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선지불 구독료는 Life time access가 주어진다고는 해도 한 번에 지출하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직 제품이 미완성 상태라는 것이었습니다. Beta Test가 한참 진행되는 와중이었기에 Typed는 미숙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핵심 기능은 아직 배포되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제품 자체의 사용성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관건은 사용자들에게 Typed의 비전과 가능성을 얼마나 공감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있었습니다.

Waitlist에 등록된 주소로 메일을 발송하며 몇 번이나 빠뜨린 내용이 없는지 점검했습니다. 이전 마케팅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커뮤니티 채널에도 First 100 Typer 진행을 알리는 게시물을 배포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무언가를 남들에게 내보이는 일은 언제나 긴장되는 일입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있으니 좋은 결과를 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Join First 100 Typers!

프로모션 페이지 링크 배포 당일, 하루 업무가 끝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참여 인원을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배포가 조금 늦게 이루어진 터라 아직 유입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습니다. 내일은 좀 더 괜찮아 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에도 별다른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저는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아무리 개발이 진행 중인 제품이라고 해도 고객의 반응이 이토록 미적지근하다면 그것은 회사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Wait list에 등록된 고객들은 보다 완성된 상태의 Typed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었습니다. 미완성 제품은 그런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마음이 무거워진 저는 차마 진행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다가 저녁 식사 이후에야 마지못해 다시 한번 페이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눈앞의 숫자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거의 변동이 없었던 카운트 다운이 5분의 1로 줄어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습니다.

갑자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유입된 것인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다소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전날 First 100 Typer 프로젝트 관련 게시물을 배포한 커뮤니티 채널 중 일부에서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Typed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우리의 비전에 동의하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우리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모든 것이 정확히 저희가 원하던 바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First 100 Typer 프로젝트는 불과 이틀 만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Milestone

참여 인원 모집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정말로 중요한 단계가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확실하게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Typed가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저희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품에 애정을 지닌 고객들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피드백 세션은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여정을 좌우할 중요한 milestone이었습니다.

저희는 사용자에게 Typed의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스스로 제시한 비전을 어떻게 제품에 반영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통해 목표를 실현할 것인가 하는 점을 포함해 제품에 관해서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활발한 사용자들이 어떤 피드백을 제공할지를 기다렸습니다.

사실 이 시점까지도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남아있었습니다. 과연 저희가 만든 제품이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제품이 생각했던 것보다 불만족스러웠다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되었습니다. 첫 세션이 시작되고 저는 어느 때보다도 긴장한 상태로 화면 너머의 상대를 바라보며 피드백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고객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뜻밖이었습니다.

얼떨떨할 정도로 저희 서비스에 대한 칭찬이 한참 동안 이어졌습니다. 첫 세션뿐만 아니라 이어진 다른 여러 세션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주변에 홍보해도 괜찮냐는 이야기와 다음에 이런 행사를 또 진행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까지 모든 것이 저의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것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저보다도 이들이 더 Typed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와 비전으로 먹고삽니다. 누구도 충족시키지 못한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것,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품 철학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아직 완벽하지 않더라도 잘 다듬어진 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객들은 Life time access를 통해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BT에 참여한 인원 이외에도 저희는 더욱 열정적이고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것입니다.

박열음 / Business Strategy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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